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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恩惠)

靑雲. 丁德鉉 세상을 살다 보면 신세를 지기도 하고 은혜(恩惠)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과 세월이 흐르다 보면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잊고 지워버리고 사는 것이 사람이다 가는 것이 있으면 그 뒤에는 반듯이 오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받기만 기다리고 베풀 줄 모른다면 한 두 번에 헛간이 무너진다 가는 정과 오는 정이 사람이 사는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생각을 잊는다고 인생 삶의 길은 내리막도, 오르막도 돌아가야 하는 길도 평지만 있을 순 없다 육신의 편안함과 고달픔이 따르기 마련 있을 때 잘하란 말이다 베풂의 은혜는 다시 찾을 수가 있지만 저버린 망각은 회수할 수가 없다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적고 자신이 걸어온 길은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은혜는 잊지말고 신세는 갑을 줄 알아야 240606

카테고리 없음 2024.06.06

기다리는 밤

靑雲. 丁德鉉 바다 건너 먼 산 해가 기울면 내려앉은 어둠 뚫고 피어나는 꽃 전신주에 링거병을 달고 일제히 기상나팔을 분다 온종일 시간만 기다리다 할 일만 찾아가는 가로등 불빛 어둠을 뚫고 세상을 밝힌 조용한 밤길에 감성이 피어나는 곳 바닷바람은 한낮 더위를 식혀주고 그리운 바람을 맞으며 걸어보는 길 시원한 바람보다는 느낌이 시려오는 초저녁 길을 걷는 이방인 환희에 젖는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내일을 기다리는 밤 저녁 밥상을 놓고 나선 산책 길 황홀함에 젖은 하루의 행복을 노적으로 쌓으며 기다리는 밤

카테고리 없음 2024.06.05

유월의 언덕

靑雲. 丁德鉉 초록빛이 화사한 유월의 태양은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늘 푸른 초원엔 들꽃들이 한데 모여 게 모임을 한다 한 낮 그늘이 그리워지는 햇살 산기슭 바윗돌 기대선 푸른 솔 산비 들기 이방인의 쉬어가는 정거장 녹음도 지치면 쉬어가는 그림자로 바람에 흔들리는 음악 소리에 감성을 달래 보는 바람소리는 유월 하늘을 훨훨 꽃은 아름다운 향기로 유혹하고 유월은 초록빛 언덕을 풍경으로 내 마음도 숲 속에 끼어들어 끝없는 산 향기에 취해본다 꽃길은 바람 속의 향기이고 그리움은 아카시아 꽃 길인데 마음은 안으로 접고 바람은 가슴에 젖는다 청보리 늙은 수염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240602

카테고리 없음 2024.06.02

수닭 한 마리

靑雲. 丁德鉉 옛날 시골 고향집에 살았을 땐 뒷마당에 2층 집을 지어놓고 암, 수 닭 몆 마리는 누구라도 키웠을 것이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 새벽잠 깨워주고 한 낮 정오가 되면 어김없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영특한 짐승이 바로 닭이다 아침저녁 한 줌 모이로 허기를 메우고 네 발가락 땅을 뒤처 먹이를 온종일 찾아 먹는다 사람하고 제일 친숙하며 가까운 가축 기르기가 쉬운 짐승이다 이따금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오시면 순서를 가르지 않고 목숨을 내어놓은 제물이 되기도 한다 지금이야 시장에 가면 숨이 멎은 채로 좌판에서 찾는 손님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략 닭의 생환을 구경조차 하기 힘든 세상 손님을 반기며 재롱부리는 수탉을 보탑사에서 만났다 얼굴이 튼실하게 잘생긴 수탉 한 마리 카메라에 담아본다 닭은 매일 알을 낳아..

카테고리 없음 2024.06.01

하늘 정원

靑雲. 丁德鉉 맑은 날 세상을 비춰주는 등불 지상의 풀들이 꽃잔치 하네 바람이 몰고 간 구름꽃 온 데 간데없고 맑은 하늘은 푸른색이다 노을이 물들어가는 석양 화단에 꽃을 피워 화선지 그린 꽃구름 액자 속에 넣은 그림자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는 당신 지상의 꽃들은 향기를 피우지만 하늘 정원은 머물지 않은 형상으로 흔적을 지웠다 펼쳤다 광야의 구름꽃으로 붓질하는 대작의 작품이다 하루를 묵고 가는 이정표 없는 거리 세상을 밝히는 태양은 만물의 생명을 화단에 뿌려놓고 볼 수 있는 만큼 가슴에 품고 사는 하늘 정원 240601

카테고리 없음 2024.05.31

보탑사 미인

靑雲. 丁德鉉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는 곳 충북 진천 보련산 중턱 조용한 산새에 우뚝 솟아있는 보탑사란 절이 있다 경관이 수려하고 잘 정돈된 울타리가 없는 정원이 아름답게 정돈되어 있다 보탑사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이 목탑은 강원도산 소나무를 자재로 지은 전통방식으로 못 하나 없이 짜 맞추기로 지어진 3층 목탑을 42, 71m로 상륜부까지의 높이는 52, 7m에 달한다 보탑사를 찾아가면 제일 먼저 반기는 손님이 있는데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예쁘게 생긴 수탉 한 마리가 마중을 나온다 매일 맞이한 손님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고 인기 만점이다 요즘 진천에는 초평호수에 놓은 309m 우리나라 최장길이 출렁다리가 완공되에 찾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인..

카테고리 없음 2024.05.30

어머님의 골무

靑雲. 丁德鉉 옛날 옛적 60년대 나 어릴 적 동백기름에 낭자머리 곱게 빗어 무명치마 단장하고 호롱불 등잔밑에 수업하신 어머니 솜틀집 무명 솜 곱게 접어 아랫목 홋이불 펼쳐놓고 오른손 검지 손가락 끝 하얀 골무 바느질하시던 뒷모습이 선하다 지금이야 A1 디지털 초고속 시대 세월은 흐르고 지나갔지만 잊혀간 시간 속에 당신의 그리움 손바느질 수작업엔 꼭 필요한 물건 사랑과 정성을 담아 밤새껏 꿰맨 이불 엄동설한 위풍 없는 어머님 사랑 검지 손 끝에 바늘귀 밀어주던 골무가 이직도 아내의 반짇고리에 잠자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5.26

생거진천(生居鎭川)

靑雲. 丁德鉉 생거진천 초평호수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출렁다리가 놓였다고 해서 관광차 들려왔다 진천은 예부터 넓은 평야에 물이 많아 토지가 비옥하고 풍수해가 없이 농사가 잘도고 인심이 후덕하여 생거진천(生居鎭川)이요, 용인은 사거요인(死居龍仁)이란 전설이 있다 동명이인 추천석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진천에 사는 추천석은 마음씨 착하고 농사만 짓는 사람인데 저승사자의 실수로 용인의 추천석이 아닌 진천의 추천석을 데려와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미 장사를 지낸 이후이기 때문에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들이고 그 사체에 진천의 추천석의 영혼을 넣어 환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서는 진천에 살고 죽어서는 다시 환생하여 용인에 살았다고 하여 생거진천 사거용인 이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진천 농다리는 굼티마을(구곡리)..

카테고리 없음 2024.05.25

새싹

靑雲. 丁德鉉 겨울이 땅거미 지면 햇살 받은 양지머리 둔덕에 파란 생명 새싹이 머리를 든다 무거운 짐을 지고 솟아오른 힘찬 기상이다 긴 겨울잠에 동장군이 물러가는 희망의 나래에서 연약한 떡잎 하나 기로에 선다 어느 조각가의 두뇌에서 튀어나온 아이디어 어제는 문학기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모 카페를 들렀다 카페 2층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 콩나물을 닮았기에 물어보았더니 주제는 새 생명을 재연한 작품이란다 자연의 순수함 작가의 비상한 영감 속에 묻어 나온 작품들 자연과 작가가 만들어 낸 희망의 꽃 새싹 240522

카테고리 없음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