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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靑雲. 丁德鉉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았다 탁자에 놓인 조그마한 하얀 유리컵 빨간딱지의 파란 유리병 주모가 올려놓은 소주 한 병 두 사람의 말문을 열어 줄 톡 쏘는 향기는 옛날 추억담을 늘어놓는다 두 잔을 부딪치며 주제 없는 부라보를 외친다 내용이 무엇인 줄은 모르나 잔을 부딪치며 짬을 외치는 두 사람 마음은 벌써 같은 방향이다 젓가락을 입에 물고 과거와 현실이 입속에서 쳇바퀴를 돈다 파란 병에 소주 한 병 세상 삶의 애환을 주고받으며 빈병을 뒤로하고 한 병을 더 시킨다 술잔이 비워지고 늦어진 시간은 어느새 갈 길을 재촉한다 만남의 기쁨보다는 헤어 짐의 기다림 마지막 잔을 부딪치며 돌아서는 미련 술도 물도 아닌 것이 하얀 소주잔에 발이 묶여 하루를 돌아 내일을 기다린다 240606

카테고리 없음 2024.06.06

은혜(恩惠)

靑雲. 丁德鉉 세상을 살다 보면 신세를 지기도 하고 은혜(恩惠)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과 세월이 흐르다 보면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잊고 지워버리고 사는 것이 사람이다 가는 것이 있으면 그 뒤에는 반듯이 오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받기만 기다리고 베풀 줄 모른다면 한 두 번에 헛간이 무너진다 가는 정과 오는 정이 사람이 사는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생각을 잊는다고 인생 삶의 길은 내리막도, 오르막도 돌아가야 하는 길도 평지만 있을 순 없다 육신의 편안함과 고달픔이 따르기 마련 있을 때 잘하란 말이다 베풂의 은혜는 다시 찾을 수가 있지만 저버린 망각은 회수할 수가 없다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적고 자신이 걸어온 길은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은혜는 잊지말고 신세는 갑을 줄 알아야 240606

카테고리 없음 2024.06.06

기다리는 밤

靑雲. 丁德鉉 바다 건너 먼 산 해가 기울면 내려앉은 어둠 뚫고 피어나는 꽃 전신주에 링거병을 달고 일제히 기상나팔을 분다 온종일 시간만 기다리다 할 일만 찾아가는 가로등 불빛 어둠을 뚫고 세상을 밝힌 조용한 밤길에 감성이 피어나는 곳 바닷바람은 한낮 더위를 식혀주고 그리운 바람을 맞으며 걸어보는 길 시원한 바람보다는 느낌이 시려오는 초저녁 길을 걷는 이방인 환희에 젖는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내일을 기다리는 밤 저녁 밥상을 놓고 나선 산책 길 황홀함에 젖은 하루의 행복을 노적으로 쌓으며 기다리는 밤

카테고리 없음 202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