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雲. 丁德鉉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았다 탁자에 놓인 조그마한 하얀 유리컵 빨간딱지의 파란 유리병 주모가 올려놓은 소주 한 병 두 사람의 말문을 열어 줄 톡 쏘는 향기는 옛날 추억담을 늘어놓는다 두 잔을 부딪치며 주제 없는 부라보를 외친다 내용이 무엇인 줄은 모르나 잔을 부딪치며 짬을 외치는 두 사람 마음은 벌써 같은 방향이다 젓가락을 입에 물고 과거와 현실이 입속에서 쳇바퀴를 돈다 파란 병에 소주 한 병 세상 삶의 애환을 주고받으며 빈병을 뒤로하고 한 병을 더 시킨다 술잔이 비워지고 늦어진 시간은 어느새 갈 길을 재촉한다 만남의 기쁨보다는 헤어 짐의 기다림 마지막 잔을 부딪치며 돌아서는 미련 술도 물도 아닌 것이 하얀 소주잔에 발이 묶여 하루를 돌아 내일을 기다린다 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