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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청운(靑雲) 2024. 6. 6. 22:22


         靑雲.  丁德鉉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았다
탁자에 놓인 조그마한 하얀 유리컵
빨간딱지의 파란 유리병
주모가 올려놓은 소주 한 병

두 사람의 말문을 열어 줄
톡 쏘는 향기는
옛날 추억담을 늘어놓는다
두 잔을 부딪치며 주제 없는
부라보를 외친다

내용이 무엇인 줄은 모르나
잔을 부딪치며 짬을 외치는
두 사람
마음은 벌써 같은 방향이다
젓가락을 입에 물고 과거와 현실이
입속에서 쳇바퀴를 돈다

파란 병에 소주 한 병
세상 삶의 애환을 주고받으며
빈병을 뒤로하고 한 병을 더 시킨다
술잔이 비워지고 늦어진 시간은
어느새 갈 길을 재촉한다

만남의 기쁨보다는 헤어 짐의 기다림
마지막 잔을 부딪치며 돌아서는 미련
술도 물도 아닌 것이
하얀 소주잔에 발이 묶여 하루를 돌아 내일을 기다린다
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