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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술잔

아버지의 술잔 靑雲. 丁德鉉 나, 열세살때 동네 한바퀴 돌아 다리 건너 마을에 술 도가(막걸리양조장)이 있었다 아버지 술 생각이 나시면 누런 양은 주전자로 술 심부름을 시켰다 어린 나이에 갔다가 오려면 30분이 넘 걸린 거리였다 이 도가에 가면 키큰 아저씨가 긴 작대기가 달린 바가지로 내 키보다도 큰 항아리에서 휘휘 저어서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주시며 아버지 심부름 왔구나! 네, 주전자에 술을 받아들고 조작 걸음으로 해찰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에 주전자 꼭지에 입을대고 한 모금 술 맛을 보곤 했다 집에오면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안주에 하얀 대접에 술을 따라 드셨다 술을 드시면서 나에게도 조금 따라 주시면서 심부름 하느라 애썼다 하시면서 먹어보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 술은 어른앞에서 배워야 한다 ..

카테고리 없음 2023.07.02

탁주 한 잔

탁주 한 잔 靑雲. 丁德鉉 소박한 노인의 꿈 비록 탁주일망정 떨어지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소망의 비원(悲願)은 시인만의 것은 아닐진대 이 땅에 사는 노인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사후천추만세지명 불여생시 탁주일배 (死後千秋萬歲之名 不如生時濁酒一杯) 사후의 세계보다는 살아생전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다 (靜坐自思量) 정좌자사량 조용히 앉아서 혼자 생각해 보니 (不若生前一杯濡)불약생전일배유 살아생전 한잔술로 목을 축이는 것만 못하네 (我口爲向子姪導)아구위향자질도 내가 아들과 조카에게 말하노니 (吾老何嘗混汝久)오노하상혼여구 이 늙은이가 나라를 괴롭힐 날 얼마나 되겠는가 (不必繫鮮爲) 불필계선 위 꼭 고기 안주 놓으려 말고 (但可勤置酒) 단가근치주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렴 만연의 이규보가 간절하게 바란 것은 쌀밥에..

카테고리 없음 2023.06.29

비는 오는뎨

비는 오는데 靑雲. 丁德鉉 어젯밤 오락가락 머물던 비가 낮이 밝으면서 굵어진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린다 소리만 들어도 풍년이 오는 소리 곱게 내린 빗줄기 리듬소리는 많은 생각을 만들어 낸다 좋은 생각에 명상을 하는 사람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는 사람 마음 조아리며 창문 밖 바라보며 걱정에 수심이 가득한 사람 가뭄에 목말라하던 초목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빗속을 혜엄치는 바람은 가지를 흔들어 놓고 이슬을 털어낸다 처마 끝 흘러내린 빗물은 무슨 생각을 할까? 반기는 사람도 걱정을 하는 사람도 인생은 드라마 같은 예술이다 세월 한 복판 유월하순 지금은 장마철이다 잠자던 호수 배가 불러오고 굳은 땅 고인 물은 운동장을 호수로 만든다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하늘의 조화 올 장마철엔 평온하기를 230629

카테고리 없음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