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한 잔
靑雲. 丁德鉉
소박한 노인의 꿈 비록 탁주일망정 떨어지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소망의 비원(悲願)은 시인만의 것은 아닐진대
이 땅에 사는 노인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사후천추만세지명 불여생시 탁주일배
(死後千秋萬歲之名 不如生時濁酒一杯)
사후의 세계보다는 살아생전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다
(靜坐自思量) 정좌자사량
조용히 앉아서 혼자 생각해 보니
(不若生前一杯濡)불약생전일배유
살아생전 한잔술로 목을 축이는 것만 못하네
(我口爲向子姪導)아구위향자질도
내가 아들과 조카에게 말하노니
(吾老何嘗混汝久)오노하상혼여구
이 늙은이가 나라를 괴롭힐 날 얼마나 되겠는가
(不必繫鮮爲) 불필계선 위
꼭 고기 안주 놓으려 말고
(但可勤置酒) 단가근치주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렴
만연의 이규보가 간절하게 바란 것은 쌀밥에 고기반찬의 진수성찬도 아니요
부귀공명도 아니며 불로장생도 아니다
이 시는 다만 자식들이
"살아생전에 목이나 축이게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는 것뿐이다
고려시대 대문호 이규보(李奎報)가 아들과 조카에게 준 시(詩)를 보면 노인의 애틋한 소망이 그려져 있다
효란?
사후에 가묘를 몇 번을 찾아도 세월이 가면 동물 놀이터로 변하건대
살아생전 탁주 한 잔이 효가 되리라.~~
230630
만연 이규보 시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