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박꽃이 필 때면
靑雲. 丁德鉉
미루나무 그늘 속
매미소리 들려오면은
옛날 고향집 생각이 난다
선풍기도 없던 시절 왕 부채를 들고
앞마당 모깃불로 여름을 쫒고
툇마루 천정 매달린
밀집으로 만든 여치집 생각이 난다
교과서 아닌 소설책 책장을 넘기다
스르르 잠든 어스름 달빛 사이로
초가지붕 알을 품은 하얀 박꽃
웃어른들이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하얀 모깃불에 눈 비비며
바람에 나풀거리는 하얀 박꽃
지금은 그리움의 옛날 추억이다
고향의 인심을 퇴 바구니에 담아놓고
밤이 깊도록 세월 이야기는
잊어지지 않은 한 페이지 역사책으로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고향의 향수에 젖었던 하얀 박꽃
플라스틱 바가지에 설자리를
잃어버린 바가지는 신혼부부 혼식 때
함쟁이가 아니면 쓸 곳이 없다
달빛에 아름다운 하얀 박꽃이 그리 위지는
긴~ 여름밤이 그리워진다
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