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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

청운(靑雲) 2020. 3. 17. 15:15

 

 

 

 

 

 

 

아버지의 손

 

靑雲. 丁德鉉

 

아침 밥상에 흘린 눈물

밥풀데기 하나없는

밥 숫가락에 시레기 나물을 올린다

허기진 손주 녀석

얼러내지 못한 서러움

 

손가락 마디마디 쇠스랑 되도록

칡뿌리보다 질긴 삶의 덩굴 역으며

일궈내신 터에

지척지척 끌리는 발자국 막아서는 어둠

아버지 즐겨 부르시던 노래가

감홍빛에 흥청거린다

 

손 끝에 매달려온 며느리의 지청구

목젖에 걸린 눈물이 침묵하는 저녁

서글픔에 잠긴 어머니의 목소리가

반닫이 창문틀에 걸려

달을 맞는다

 

웃음을 감추지 못한 어린 소녀처럼

그 곧았던 가지가 구부러져

분재가 되어버린 손

아버지 꿀꺽 삼켜버린 눈물의 빈 숫가락

내리는 굽은 손이

힘겹게 받아내고 있다

금, 은 보석보다 값진 아버지의 손

2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