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피는 억새 꽃
靑雲. 丁德鉉
높고 낮은 산 등성이
온갖 수목과 잡초가
바람에 흔들리며 또 흔들리며
손목을 잡고 어깨를 걸치고
세월을 계절을 즐기며
희희덕거린다
산 지킴이 주인이 웃는 모습을
당신은 본적 있나요
흔들거리며 서성거리며
웃고 있어도
들리는 소리는 바림 소리 뿐이다
골짜기가 아닌
산 중턱에 무더기로 서성대며
무리지어 사는
포기마다 가지마다
바람을 붓들고 피어나는 꽃
꽃이라 부르기엔 어설푸다
늦 가을 겨울 한 철
태양에 부시는 하얀 억새꽃은
늦게 핀 겨울 장미가
따를 수 없으리만큼이나 아름답다
바람에 부치며 소리 지르며
한 철을 웃고 가는 억새 꽃
20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