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겨울 나무

청운(靑雲) 2020. 1. 13. 14:42

 

 

 

 

 

 

 

 

 

겨울 나무

 

靑雲. 丁德鉉

 

눈 부시도록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린다

깜짝 놀라 창 밝을 내다보니

파란 하늘밑에

겨울 나무가

바람에 손을 비비며 떨고 있다

 

식성 좋던 여름날을 보내고

칠보 단장으로 곱게 차려입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겨울 바람에 어깨를 걸치고 서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다

 

찌그러진 쟁반에 담겨진 물이

바람에 쫒긴

수은주에 정신을 빼았기고

액체에서 고체로 둔갑을 했다

그 모습 지켜보는 겨울 나무는

도망도 못가고

자리에서 벌벌 떨고 서 있다

 

동지 섣달 긴긴 밤을

홀로 세우며

겨울이 다 지나도록

하얀 솜 이불 한번 못 덮어보고

손 발이 시려와도

의지 할 곳 없는 나무들은

창문 두드리는 햇살만 바라본다

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