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靑雲. 丁德鉉
눈 부시도록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린다
깜짝 놀라 창 밝을 내다보니
파란 하늘밑에
겨울 나무가
바람에 손을 비비며 떨고 있다
식성 좋던 여름날을 보내고
칠보 단장으로 곱게 차려입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겨울 바람에 어깨를 걸치고 서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다
찌그러진 쟁반에 담겨진 물이
바람에 쫒긴
수은주에 정신을 빼았기고
액체에서 고체로 둔갑을 했다
그 모습 지켜보는 겨울 나무는
도망도 못가고
자리에서 벌벌 떨고 서 있다
동지 섣달 긴긴 밤을
홀로 세우며
겨울이 다 지나도록
하얀 솜 이불 한번 못 덮어보고
손 발이 시려와도
의지 할 곳 없는 나무들은
창문 두드리는 햇살만 바라본다
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