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서 온 사과
靑雲. 丁德鉉
그런 곳이 있다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갈때마다
얼굴이 빨개진 미소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저울질을 하고 있다
충청도인지 경상도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잘은 모르나
참 얼굴이 예쁘게도 생겼다
왜 내 얼굴만 보면
얼굴이 붉어질까 궁금해진다
카트를 끌고 한 바퀴를 돌다
눈을 마주치니
또 얼굴이 붉어진다
나만 보면 그런 줄 알았는데
붉은 얼굴에 잘 생긴
네 이름이
문경에서 올라 온 처녀라고
마음이 약한 두 손으로
주섬 주섬
1봉지 열개를 골라 담는다
속살은 어떨까? 맛은 어떨까?
한개를 반으로 잘라
껍질채로 입에 문다
나는 그 곳에 가면
갈때마다
빠지지않고 봉지를 챙긴다
집에 오면 냉장고 맨 아랫칸에
제 집인양 들어 앉아
내 입이 궁금해질때면
소리를 지른다
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