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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서 온 사과

청운(靑雲) 2020. 1. 13. 09:06

 

 

 

 

 

 

 

문경에서 온 사과

 

靑雲. 丁德鉉

 

그런 곳이 있다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갈때마다

얼굴이 빨개진 미소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저울질을 하고 있다

 

충청도인지 경상도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잘은 모르나

참 얼굴이 예쁘게도 생겼다

왜 내 얼굴만 보면

얼굴이 붉어질까 궁금해진다

 

카트를 끌고 한 바퀴를 돌다

눈을 마주치니

또 얼굴이 붉어진다

나만 보면 그런 줄 알았는데

붉은 얼굴에 잘 생긴

네 이름이

문경에서 올라 온 처녀라고

 

마음이 약한 두 손으로

주섬 주섬

1봉지 열개를 골라 담는다

속살은 어떨까? 맛은 어떨까?

한개를 반으로 잘라

껍질채로 입에 문다

 

나는 그 곳에 가면

갈때마다

빠지지않고 봉지를 챙긴다

집에 오면 냉장고 맨 아랫칸에

제 집인양 들어 앉아

내 입이 궁금해질때면

소리를 지른다

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