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과 벌레
靑雲. 丁德鉉
바람에 부채질로
한 세상 살고 싶어
오유월 뙤약 볕을 참고 참고
견디는데
행선지도
목적지도 없는 애벌레 떼
연약한 푸른 잎을
집어 삼키며
톱니같은 이빨을 갈아댄다
나뭇잎 하나 둘 잔 가지까지
집어 삼킨 애벌레
지나간 자리는
나뭇잎 뼈만 앙상히 남기고 간다
나무는
가지가 뼈인줄만 알았는데
잎사귀에도 뼈가 있는줄
이제야 알았다
애벌레 몸에는 뼈가 없는데
나뭇잎에 있는 뼈를
어찌 찿아내는지 신기하다
바람에 흔들리다
낙엽으로 날고 싶었는데
무참히 질밟힌 넋
2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