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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던 날

청운(靑雲) 2025. 2. 13. 23:16


         靑雲. 丁德鉉

긴 겨울의 문이 입춘을 지나고
이름 붙이기에 아직은 서툰 봄
새벽잠이 깰 무렵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송이가
온 세상을 하얗게 겨울 풍경을 만든다

푸른 솔잎 위에도
검은 고목나무 곁가지에도
조용히 쉬고 있는 정자 지붕 위에도
호수 가장자리 둘레길에도
면사포를 씌운다

구분이 안된 하얀 길을 자동차가
길을 만든다
집을 나선 출근길은 빙판으로
자동차는
거북 걸음으로 쌍나이트를 켜고
도로에 줄을 선다

선 잠 깬 이른 새벽 시집을 꺼내 들고
몇 편의 詩를 읽다가 보니
웬,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하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발자국을
새어드는 찬바람이 발길을 막는구나
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