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雲. 丁德鉉
질서 없는 키재기로
줄 선 나목들
찬서리 지고 바람이 환해지니
함성이 터져 나온다
파란 풀잎이 그렇고
움츠렸던 나뭇가지도
눈망울 붉어지는 꽃봉오리가
네가 먼저 내가 먼저
순서를 기다리며
봄 냄새를 맡고 도랑을 친다
남풍 불어 온 꽃 향기가
양지쪽 울타리 밑에서 선수를 친다
고목나무 곁가지 매향(梅香)이 피고 나니
노랑 산수유 꽃
줄 선 벗지 꽃 사랑의 터널을 만든다
앞 다툼 해도 열흘을 살고 가는
화려함도 향기 없이 사라진다
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