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동배꽃
창문 사이로 바람소리만 요란한
세상이 조용히 잠든 계절
나목들은 옷을 벗어던지고
사지를 벌벌 떨며 돌아 누운 풀숲
겨울은 깊어가는데
우리 집 베란다 지킴이
떡잎이 반질거린 파란색 동백 한 그루
기세등등 시샘하며 피워대는
동배꽃이 봄을 만났다
한 겨울 꽃 보기가 어려운데
화려한 꽃잎이 예쁘다
씨앗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남해 관광차 들였다가
동백 씨 한 톨 주머니 속 넣어와서
화분 속 묻었는데
이듬해 떡잎이 나와 키워 온
12년 차 동백나무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콩 심는 곳 콩 나고 밑천 없는 장사는 없다
수고 없이 얻어지는 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찮은 한 그루 나무 이겠지만
한 겨울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의 정성을 꽃으로 보답하니 고맙다
2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