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새
靑雲. 丁德鉉
바람이 분다
나를 가만두지 않고 흔들고 간다
산 정상에 서서 놀고 있는
나를 흔들고 간다
시샘하는 나무들은
옷을 갈아입고
소란을 피우며 법석이는데
성질 급한 낙엽은
손을 흔들며 이별 여행을 떠 난다
줄기는 있어도 기둥이 없는 나는
낙엽따라 갈아입을 옷도 없고
않은 자리를 떠 날수도 없다
이름은 새라도 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나를 새라고 불렀나?
한 줄기 잡초로 세상 나와
으악새란 누명을 쓰고도
날 수가 없으니 나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도 알 수가 없다
명산의 잡풀로 명성은 자자해도
평생을 그 자리에 서서
날개없이 날 수 없는 새로
살아야 하니....
이름을 새라고 듣다가 듣다보니
나도 세상을 마음 껏 날아보고 싶다.
1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