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괴 바람
靑雲.丁德鉉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걸까?
쏜살같이 도망을 친다
조용히 계절을 즐기고 있는
갈대 밭 사이를
순식간에 휘젖고 빠진다
지나가는
내 얼굴을 만저보더니
키다리 소나무를 흔들어 놓고
발딩 숲 골목길을 지나
자동차 그라스에
얼굴을 쥐어박는다
무엇이 저리도 바빳기에
급하게 도망을 치는건지
첫사랑이라도 만나러 가는 걸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할 일이 많은
나 보다도 더 바쁜 모양새다
세월을 수놓던 단풍잎도
함께 따라서 도망을 친다
소란을 피우며
질퍽대더니
잔잔한 호수에 뒷 다리가 걸려
물 위에 드러눕는다
1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