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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나간 길목

청운(靑雲) 2017. 9. 17. 07:01

 

가을이 지나간 길목

 

靑雲. 丁德鉉

 

바람은 그리움 한 아름 안고

들판을 서성이다

말없이 풀 섶을 흔들고 간다

푸름 너스레 떨던 잎 새는

무릎 관절이 물러

세상을 버리고 떨어져 간다

 

여름을 밀어 낸 계절

푸른 세상을 풍경화로 바꿔놓고

천지 개벽으로 탈바꿈하는

가을이 지나 간다

구경꾼으로 길 섶 늘어선

코스모스

 

미인을 닮은 가는 허리는

함박 웃음에 한들거리며

계절을 즐기고 있네

그님이 서 있는 길목은

얼룩진 가슴도

엉킨 실타래도 녹아내린다

 

세상도 마음도 풍성한

이 계절에 피는 꽃은

시려오는 쓸쓸함도 모두잊고

그냥 한 장의 추억으로

지나가는 가을을 가슴에 새겨본다.

가을이 지나간 길목에서

1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