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간 길목
靑雲. 丁德鉉
바람은 그리움 한 아름 안고
들판을 서성이다
말없이 풀 섶을 흔들고 간다
푸름 너스레 떨던 잎 새는
무릎 관절이 물러
세상을 버리고 떨어져 간다
여름을 밀어 낸 계절
푸른 세상을 풍경화로 바꿔놓고
천지 개벽으로 탈바꿈하는
가을이 지나 간다
구경꾼으로 길 섶 늘어선
코스모스
미인을 닮은 가는 허리는
함박 웃음에 한들거리며
계절을 즐기고 있네
그님이 서 있는 길목은
얼룩진 가슴도
엉킨 실타래도 녹아내린다
세상도 마음도 풍성한
이 계절에 피는 꽃은
시려오는 쓸쓸함도 모두잊고
그냥 한 장의 추억으로
지나가는 가을을 가슴에 새겨본다.
가을이 지나간 길목에서
1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