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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꽃

청운(靑雲) 2025. 1. 1. 23:49


           靑雲.  丁德鉉

찬 공기 시려오는 겨울
온 세상이 잠들고 있는데
이른 봄부터 꽃대세워
무리 지어 살아온 갈대는
흔들리는 바람맞이에 꽃을 피웠다

바람이 불어도 계절이 바꿔도 지지 않은
색갈이 없는 꽃
아침나절 햇살을 받아야
빛을 발하는 회색 꽃
흔들리는 아름다움에 심취한
갈대꽃

이따금 참새떼가 와서 놀다가지만
내어 줄 것이 하나 없는 빈 바가지
호숫가 가장자리 갈대발 밑에
숨어 노는
철새들의 놀이터

바람이 부는 날
흔들림으로 바람 세기를 가늠하는 일기예보
겨울밤 찬 공기는 잔잔한 호수를
얼음바닥으로 갑옷을 입히고

흔들리는 갈대꽃을 보면
삭막한 겨울의 시선을 달래주고
오후 햇살에 나부끼는
회색 갈대꽃
솜털처럼 부드러움을 얼굴에 비벼본다
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