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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청운(靑雲) 2024. 11. 22. 00:25


       靑雲. 丁德鉉

가로수 길에 줄 서 기다리는 은행나무
낙엽 지는 소리가 발등을 스친다
멍든 낙엽과는 달리 황금빛으로
색갈이 아름다운 은행나무
걷는 발길이 리듬을 타고 흐른다

세상에서 수명이 제일 긴 나무로
백 년이 아닌 천년의 세월을
다산의 세월 지킴으로 살아온
수목의 조상이 된 은행나무는
혈기 왕성한 푸른 청춘이 황금색으로 물들 때

묻사람들 불러들여 자태를 자랑하고
구릿한 냄새로 다산의 자손들을
선물로 내어주고
세월 속세를 묵언으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경으로 일깨워 준다

곧은 절개로 황금 옷을 벗어던진
은행나무는
발밑에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의 쓸쓸함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향연의 그리움이다

학창 시절 영자가 선물한
책갈피에 끼워 둔 은행잎 하나
널 볼 때마다 생각나는 그리움이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던 추억
기억 속에 흘러간 세월은
또 하나의 나이테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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