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雲. 丁德鉉
어젯밤 찬바람은 몸을 뉘이고
시원한 아침 공기는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아파트 지붕 위에 만월이 아닌
반월 하얀 낮 달이 떴다
계절은 어느새 9월도 하순
얼굴이 멍든 새내기 단풍은
아침이면 길바닥에 수를 놓고
푸른 청춘이 황혼으로
물들어가는 잎새들은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수그러들 것 같지 않던 폭염은
시치미로 돌아 눕고
바람에 흔들리는 의억새 울음소리에
도망친 첫사랑처럼
대답 없는 함흥차사다
반달이 온달이 되면
한 달이 지고
한 달이. 두 달이 지나면
계절이 찾아오듯
그리움도 그리운 님도 만달이 차오르듯
기다림으로 하얀 낮달은 푸른 하늘을
공회전하고 있다
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