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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편지

청운(靑雲) 2024. 1. 29. 16:51


          靑雲. 丁德鉉

뭍으로 겨울이 저무는 2월
거울로 호수를 덮은 얼음장 위
서른 살 키가 큰 능수버들가지
푸른 눈을 뜨며
봄 편지를 쓰고 있다

햇살은 따뜻해도
갈대꽃 머리를 흔들어 대며
불어오는 소소리 바람 속에
나뭇가지 젖몽우리가
봄 편지를 쓰고 있다

쌓인 눈 설빙 속 숨어 사는
복수초는 흙속의 머리를 쪼개며
세상 구경으로 봄을 부르며
성급한 몸짓으로
계절 편지를 쓰고 있다

어제오늘 부는 바람 기분이 달라지는
체온의 느낌이
계절이 변해감을 실감케 하는 요즈음
한 달을 줄 긋고 가는
봄 편지를 쓰고 있다
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