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서
靑雲. 丁德鉉
호수
길들여진 잉어 떼가 몰려다니고
이따금 날아오던 천둥오리
한 마리 보이지 앓고
여울진 물빛이 조용한 오후
호수에 다리 걸친 버들가지
색을 바꿔가며 낚싯대 드리우고
기웃거려도
몰려다닌 잉어 떼 한 마리 입질도 없네
호숫가 줄 선 벗지 나무는
이른 계절 서툰 낙엽을 길바닥에 뿌리고
물 그림자에 거꾸로 선
아파트는
진종일 물속에서 시곗바늘을 돌린다
가을바람이 스산해진 호숫가
분수대 떨어지는 파장의 물결 나이테는
환상의 그림이다
여름을 보낸 가을 채비에
물들어가는 채색이 아름답다
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