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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피던 날

청운(靑雲) 2021. 6. 10. 18:56

 

 

 

 

 

 

 

 

청보리 피던 날

靑雲. 丁德鉉

봄바람 살랑이는 오월이
늦잠에서 깨어나던 날
지평선을 흔들어놓고 도망친 바람
파도 속의 초원을
말발굽으로 달리고 있다

오월의 하룻 볕이 그리운
허기진 세월을 달랬던 그 시절은
가고
추억 속 일기장이 되어버린 지금
숨 넘어가던 배곫음도 잊은 지 오래

삶의 숨소리가 들리던 보릿고개
모닥불에 설읶은 보리사리로
허기를 채우며 눈물짓던 서러움도
지금은
헛웃음으로 애써 체면을 세워본다

대청마루 천장에 매달린 어머님 생각
시커먼 꽁보리밥 청 상추에 된장
설음을 설음으로 달랬던 그 시절
긴 터널을 혜쳐나왔던 보릿고개를
생각만 해도 마음이 시려온다
 
세월 반평생에 변한 것도 많지만
개구리 올챙이 생각 접어두고
논바닥은 잡초밭으로 전향하고
먹을 것이 남아돌아 버리는 쓰레기가 태산
초근목피 보릿고개가 생각나던
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