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雲. 丁德鉉
펑펑 쏟아지며 눈 내리던
겨울이 지나고
안개속에 묻힌 초록비가 내린다
계절은 봄으로 가는 길
춘분(春分) 날이다
새벽비는 아침 이슬처럼 조용히
매마른 대지를 촉촉히
샤워로 봄 단장을 하고있다
눈섶이 짙은 파란색 보리 밭
이삭에 눈물이 고여 맺힌다
누워 잠자던 묶은 풀섶도
빗물에 흠뻑 젖은 나뭇가지도
무거운 하늘을 짊어지고
세상구경 실눈뜨고 눈치 살피며
부푼가슴 열어 젖히며 활짝 웃는다
봄으로 가는 길
낮과 밤이 똑같은 날 농촌에서는
바빠지는 일손 땅에 씨앗을 넣고
콩을 볶아먹고 머슴떡으로
일꾼을 달래는 날 스무살 짜리
하얀 목련은 가슴을 틔우고 있다
2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