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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사는 계절

청운(靑雲) 2021. 2. 9. 06:28

숨어 사는 계절

靑雲. 丁德鉉


지금 계절은 어느 쪽인가?

겨울이라 하기엔 입춘이 지났고
봄이라 하기엔
아직 영하의 날씨 그럼 지금 넌
어느 쪽이냐
그럼, 겨울 아니, 봄

이름이 분명치 않은
난 너를 숨어서 사는 계절이라
부르고 싶다
울타리 벚꽃나무는 봄인 줄 알고
눈망울이
열아홉 순정을 닮아가고

꽁꽁 얼어붙은 바가지 물은
지금은 겨울이라고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헛기침을 한다
겨울이라고 두터운 패딩을 입으면
덥고
봄인가 싶어 조금 얇게 입고
밖에 나가면 아직은 겨울이다

입춘이 지난 날씨는
땅속 입술은 머리를 처 들고
가지 끝 부푼 꽃망울이 터 지는 날
겨울 아닌 봄이라고 말하겠지
얼굴이 분명치 않은 당신을
난,
숨어 사는 계절이라 부르고 싶다
21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