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모들에도 봄은 오는가
靑雲. 丁德鉉
경자년 태양이 밝은지 십 오일
정월 대보름 날이다
가림막 없는 허허벌판 거모들에는
철새가 떼지어 날고
신도시 개발 예정지로 지주님들이
보상에 눈이 멀어 덤프트럭을 줄세워 놓고
논 바닥을 밭으로 만들고 있다
풍년을 노래하던 곡창 지대가
하우스 목장으로 둔갑 전쟁터로 경쟁
겨울 고추바람은 꽁꽁 얼어붙어
서민들의 겨울 나기만큼이나 쌀쌀하다
입춘이지나고 우수를 기다리는
2월의 찬 공기는 매섭기만 하다
겨우내 거모들 한기에 흔들리며
시름을 보내던 울타리에 선 매화나무
가지 끝마다 맺힌
눈망울이 부풀어 오르면서
아직은 명지바람도 꽃바람도 아닌
봄의 입김을 끌어당기며
옷고름을 풀어 혜치고 있다
거모들에는
연석시인의 학전 농막이 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10여년 동안이나 시행 해 왔었다
신도시 개발지로 확정되면서
올해는 행사마저도 사라지게 되었다
군지봉이 내려다 본
거모들에도 봄은 정녕 오고 있을까?
200208 정월대보름 날
학전 농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