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가을
靑雲. 丁德鉉
가을이 봄날보다 아름다운 것은
꽂은 아니라도
색갈이 곱기 때문이다
가을에 색갈이 고운 것은
계절이 머무는 것이라고
가을이 깊어지는 것은
세월이 흘러 가는 것이라고
흘러가는 수레바퀴는
그리움도 미련도 아름다움도
함께 싫고 가는 역마차다
그 속에
끼어 사는 나는
그리움도 미움도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며 느낀 황홀감에 취해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가지에 걸린 애잔함을 바람에 싫어
날려 보낸다
성큼 다가선 겨울
뭐가 그리도 바쁜지는 모르지만
제자리를 밀치고 들어 선 염치
한마디 불평없이 뒤 돌아 자리를 내어준
늦 가을은
시린 달빛에 안겨 온 서릿발에 관절이 물러
붉은 옷을 벗어 던진다
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