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靑雲. 丁德鉉
녹색 푸른 들판
이 꽃 저 꽃 다 지고
황망한데
시치미 띠고 허성 세월 보내더니
연못가 언덕에서
물보라 치던 가슴을 열고
꽃 피우고 있네!
예전에는 백일홍이 아닌
배롱나무 간지럼 타는 나무라고
간지럼을 태우기도 했지
석달 열흘이면 반에 반 년
그토록 오랜 세월 꽃을 피우니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사랑의 인연을 가진
한 그루 나무이지만
고마움 잊지 않고 정갈한 여인처럼
곱게 피어난 순정
예전에는 부자 집 정원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가로수 등불로 태어나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손짖하며
백일 정성을 기도하니
당신의 아름다움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니
간지럼 타는 배롱나무 백일홍
너의 간직한 사랑만큼이나
나도 너를 따라가고 싶다
18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