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雲. 丁德鉉
찬바람 공기가 하늘로 곤두박질
이상한 꽃잎이
혼미해진 허공을 어지럽힌다
솜 같은 육각형의 아름다운 꽃송이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눈송이
온 세상을 하얀색으로
숨통을 조인다
가는 길도 언덕도 지나온 발자국도
숨 쉴 틈 없이 푸른 솔
나뭇가지에 그림을 그려놓고
순식간에 온 세상을 하얀 솜으로
비와 눈이 다른 건
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마술이다
검은 구두를 신고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겨본다
어린애가 된 양 즐거운 풍경이 황홀하다
순간 쏟아지는 눈이
지나온 흔적을 덮어 버렸다
땅도 하늘도 허공도
온 세상이 하얀 이불속 잠들고 있다
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