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한 두름
靑雲. 丁德鉉
시장 한편 어물전에 가면
짚푸라기에 줄지어 묶인 채로
겹겹이 쌓여 보이지 않은 눈을 뜬 채로
어느 집 밥상에 오를까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눈치만
살피고 있다
칠레산인가 일본산인가
러시아 산인가
태평양 바다를 휘젓고 다니다가
캄캄한 밤 불빛에 홀려
그물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다
섣달 그믐날 어느 집 제사상엔
그래도 이름난 명문집 자손이 되었다
상다리 둘째 줄 동쪽에 앉아
무릎 꿇고 절하는 어느 자식이 효자인가
흘깃 돌아보며 모른 척 눈 돌리고
안타까워 들여다보면
슬며시 감아버린다
이민 보따리 풀며 울던 그리움이
소금에 절인 굴비 한 두름
짭조름한 풋살 고기 자린고비의
밥상에 눈요기로 유명세를 탄다
220920
조기와 굴비의 차이!
조기를 소금으로 염장한 것을 굴비라고 한다.
굴비는 고려시대 영광에 유배를 당한
이자겸이 왕에게 염장조기를 진상하면서
선물은 보내도 굴한 것은 아니다
"고" 굴비(屈非)라 적어 보낸 것이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맛이 있다는 이야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