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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편지(便紙)

청운(靑雲) 2022. 9. 14. 15:29

편지

靑雲. 丁德鉉

높은 하늘 태양빛에 빨간 고추가 익어가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잘 지내고 있지요?
오월의 태양빛 아카시아꽃 향기를 품어내든 어느 날 내게 날아든 편지 한 통
낯선 이름 하얀 봉투에 파란 잉크로 깨알처럼
곱게 써 내려간 예쁜 글씨
우편배달부 가방에 담겨 내게 찾아온 편지 한 통

우린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고 주고받으며 사랑을 시작했었지
사랑이 싹튼 불씨로 난, 그 시절 육군 졸병으로
당신은 하얀 칼라가 달린 단정한 교복차림의
순진한 여고생 이었었지
순진하기만 했던 우리의 사랑은 생각해 보면
오금이 저려온 아름다운 첫사랑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끼리 속 마음을 남과 북에서
주고받으며 동지섣달 하얀 눈 속에서 묻혀 피어난 복수초처럼 예쁜 사랑의 꽃을 피웠었지
얼굴 한번 손목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어설픈 사랑을 견우와 직녀처럼
우린 그렇게 그렇게 사랑을 첫사랑으로
인연을 맺었었지 하지만 인연은 운명의 작난이라고 했던가
끝내 이루지 못한 풋사랑을 가슴에 묻어두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의 다른 길을 걸어왔지

어쩌다 생각이 나면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어느 하늘아래 어느 곳에든 잘 살고 있겠지 행복만을 빌었을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잊고만 살아왔을 뿐이다
인연이 무슨 인연이길래 잊히지 않은 그리움은 가슴을 떠나지 못했을까
십 년도 삼십 년도 아닌 사십 칠 년이란 세월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사랑했다니,.....
다리도 끈도 아니고 실낱같은 정 하나로
잊지 못하고 끊어지지 않은 그리움이 존재한다는 보이지 않은 요상스러운 인연이
우린 그렇게 맺지못 할 인연으로 살아왔을까
시간은 흐르고 흘러 50년이란 긴 세월을 흘려보내고 황혼줄에 앉아서 먼발치로 바라만 본
당신,

그 많은 세월을 당신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왔다니 고맙고 잘 살아준 모습을 보여준 당신이 있어서 난 행복합니다
난, 행운아라라고 자칭 지금껏 그리워하며
이산가족을 찾아준 당신이 있어서 고맙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어도 하늘 바래기로
마음이라도 주고받으며
오빠와 동생으로 가까운 이웃으로 사랑을 담은
인연으로 우리 그렇게 그렇게 살아요

요즈음은 문자도 카톡도 전화도 안 받으니
마음이 변하셨나?
난, 지금껏 당신을 만난 후로 하루도 빼지 않고
카톡을 보냈는데 보는 건지 안 보는 건지.....
끊어지지 않은 우리의 인연을 서로가 아끼고
존중하면서 아프지 말고 서로의 건강을 빌면서
고운 마음으로 이어갔으면 해요
사랑합니다. 은하 씨!
오늘도 행복 가득하시길, 오빠가.~~
22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