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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그림자

청운(靑雲) 2022. 8. 11. 23:33

물빛 그림자

靑雲. 丁德鉉

한랭한 고기압에 밀린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을 강타 많은 인명과 재산을
쓸어안고 도망을 쳤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진종일 하늘을 덮은
구름은 해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불어난 호수의 구정물은 잿빛이다
지난번 비에 겨우 정화가 되었던 물이
다시 흙탕물로 얼굴을 감춘다
진종일 틈새 없던 하늘이
해질 무렵 서쪽 하늘이 방긋 웃는다

마을 아파트는 호수에 거꾸로 몸을 담그고
자기 키만큼이나 건물을 지었다
지나가다 엇, 세상이 거꾸로 섰네!
석양의 아름다운 하늘빛은
한 폭의 그림으로 발길을 가로막는다

순간 포착이렸다
순간을 놓칠세라 샷을 눌러댄다
내가 아니면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이 볼
수가 있으랴
거꾸로 세상 아름다운 물 그림자 너무 예쁘다

호수를 지키는 키가 큰 능수버들
긴 여름날 물빛 수평에 노를 저으며
시간을 재촉하며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가까이 닦아선 가을이
아스라이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가
기다려지는 밤이다
22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