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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윌 중순

청운(靑雲) 2021. 8. 17. 00:34

팔월 중순

靑雲. 丁德鉉

오늘도 어제와 같이
똑같은 시간에 날이 밝았다
기상 시간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창밖에는
아침 공기가 맑은 하루를 연다

時節은 八月 도 중순을 넘어간다
파란 들녘에는 목마름의 장마철에도
키를 맞춘 벼들이 산달의 진통으로
아우성이고 이미 출산한 벼이삭들은
고개를 숙이며 여물고 있다

조용히 담을 넘은 호박덩굴은
소문도 없이 어느새 황금 알을 낳아놓고
밭고랑 줄 선 고추밭
얼굴색이 붉어진 빨간 고추가
주인을 기다리며 가을이 저만치서

봄날 꽃말에서 잉태한 열매들은
한철 반들거린 얼굴색을 바꾸며
잎새는 가을빛이 여실한
청춘이 시들어 가고
내가 여행을 가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봄인가 하면 여름
칠월인가 하면 팔월
힘든 시절이라 그런 걸까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른 건 아닌가!
나, 혼자서만 그런 건 아니겠지
210817